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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새책]예술가와 사물들/ 장석주 지음/ 교유서가 펴냄 -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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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스킨 수첩'을 아시나요. 속지를 양피 가죽으로 감싼 이 수첩에는 고무줄 페이지 홀더가 달려 있다. 흔히 '레 카르네 몰스킨'으로 불린다.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수첩이라는 명성을 얻었는데 고흐나 피카소 같은 화가들, 오스카 와일드 같은 작가나 지식인들이 즐겨 썼기 때문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몰스킨 수첩에 장편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의 초고를 쓴다. 그는 미출간 원고와 복사본이 든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린 쓰라린 경험 때문에 창작 메모를 적은 이 수첩을 소중하게 다룬다. 몰스킨 수첩이 세계적인 명품이 되는 사이 파리 예술계의 대모 거트루드 스타인의 응원과 제임스 조이스의 조언을 들으며 몰스킨 수첩에 소설을 쓰던 이 청년은 대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이 책은 사물의 섬광과 아름다움을 취하고 그것을 향한 애착과 함께 제 운명의 도약대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특히 애착이 가는 물건 한두 가지는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 사물과의 우정과 연대에 마음을 빼앗기곤 한다. 사물에서 촉발되는 상상과 사유 속에서 느릿함을 누리는 여유가 삶의 작은 행복을 가져오곤 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애착을 가진 사물을 보면 그 사람의 운명이 보인다고 한다. 이 점에 착안해 사물을 향한 애정과 함께 제 운명의 도약대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다.

'안개 낀 장춘단 공원'의 가수 배호는 중절모를 좋아했다. 중후한 저음과 바이브레이션이 두드러진 목소리의 배호는 불과 25세의 나이에 중절모를 쓰고 무대에 서면서 사람들은 그를 중년신사로 오해하기도 했다. 배호는 서른을 넘기지 못했다. 이사도라 던컨은 빨간 스카프를 좋아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 스카프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 근대 미술사의 거장 이쾌대는 야구 배트와 공을 사랑했다. 1930년대 그는 휘문고보 시절 야구부 선수였다. 일찍이 좌익 사상에 기운 그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번성하는 야구에 몰입했다는 건 아이러니다.

이처럼 애착하는 사물과 당사자와의 운명의 상관관계는 과연 존재하는 걸까? 모를 일이다. 284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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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9, 2020 at 01:3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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