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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이신화의 유럽 인문 여행37] 샤갈, 마티스 등, 예술가가 사랑한 도시, 니스 - 여성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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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 바닷가.JPG
니스 바닷가

*‘영국인의 산책로’에서 만난 낙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니스(Nice, 이탈리아어:Nizza)까지의 이동거리는 지리멸렬할 정도로 길다. 밀라노에서 기차를 타고 이탈리아와 프랑스 국경인 리구리아 주의 벤티밀리아(Ventimiglia) 역까지 이동한 후 다시 프랑스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오전에 출발해 오후가 다 되어서야 니스에 도착한다. 나라간 이동하면서 거의 하루란 시간을 소모해 버렸다. 서둘러 프롬나드 데 장글레(Promenade des Anglais)라는 영국인 해안 산책로로 나선다. 7km에 달하는 해안 산책로는 거의 일직선이다. 여느 해안 마을에는 다 있을 법한 해변 길에 ’영국인의 산책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18세기 후반, 날씨가 좋지 않은 영국인들은 겨울을 피해 니스로 휴양을 왔다. 점차 100여 세대의 영국인들이 이곳에 정착을 했다. 1820년, 유럽 북부에 매서운 겨울이 닥쳐 걸인들이 니스로 몰려들기 시작하자, 영국인들이 이들에게 도움이 될 계획을 구상했는데, 바로 바닷가를 따라 산책로(chemin de promenade)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건설 자금은 영국의 사업가였던 루이스 웨이가 마련해 주었다. 쾌적한 산책로 조망에 큰 흥미를 보인 니스 시는 산책로 공사의 범위를 대폭 늘렸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산책로를 두고 니스 사람들은 지역 사투리인 니사르어로 '카맹 데 장글레'(Camin deis Angles, 영국인 길)라고 부르게 되었다.해안가에는 거대한 카지노, 호텔, 레스토랑, 미술관, 여행 안내소 등이 이어진다. 

영국인의 길.JPG
영국인의 길

 해변을 천천히 걸으면서 늦은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운동복을 입고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본다. 야자수 나무 밑에서 스웨덴 국왕이었던 구스타프 5세(1858~1950)의 흉상도 발견한다. 92세까지 산 그는 말년에는 매년 니스를 찾아와 휴양을 즐겼다. 어느새 니스의 바다를 붉게 물들이면서 해가 지고 있다. 니스 해변을 붉게 물들인, 멋진 해걸음을 한참동안 감상하고 마세나(Massena) 거리에 이르니 청색 어둠이 드리우고 있다. 

이미 문을 닫은 니스의 유명한 마세나 미술관을 찾는다. 마티스, 샤갈, 니스 현대 미술관과 함께 손꼽히는 주요 미술관이다. 19세기(1898년)에 지어진 미술관 건물은 당시 프랑스 정치가로 활약했던 빅토르 마세나의 이름을 붙여 “마세나 궁”이라 불렸다. 1921년, 미술관으로 개관해 니스 출신의 예술가 작품과 15세기 회화, 종교 미술품, 니스 역사 유물 등을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다. 마세나 광장을 지나 1864년에 조성된 장 메드생(Jean Medecin) 대광장. 차량은 다닐 수 없다.

 1868년에 개장 한 노틀담 대성당을 비롯해 미술관, 쇼핑센터가 있는 광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긴 철봉 끝에 영화 ‘스타’들이 앉아 있는, 수천 개의 다이오드(diode)다. 밤이 되면서 다이오드가 형형색색으로 빛난다. 빛으로 작업하는 설치 예술가 얀 케르셀리(Yann Kersale, 1955~) 작품이다. 어둠 속으로 솟구치는 분수를 광장 근처의 중국인 식당에서 큰 새우요리와 스페인 와인을 곁들여 만찬을 즐기고 숙소로 돌아온다. 아주 짧은 시간, 별다른 감흥 없이 니스를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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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아 벼룩시장

 *니스 구시가지의 살레아 벼룩시장 활기 넘쳐

이른 아침, 서둘러 올드 타운 골목으로 들어선다. 골목의 길모퉁이에 붙은 레스토랑에는 아침 커피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가 샤를 네그르(1820~1880)의 박물관 근처에는 한껏 치장한 흑인들이 우루루 몰려 있다. 올드타운에는 유명한 살레아(Saleya) 벼룩시장이 있다. 시장 거리엔 장을 보러 나온 현지인이나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화사한 꽃 색이나 딸기 등의 싱싱한 제철 과일들, 비누나 컵 등 직접 만든 수제품 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기념품을 판매하는 작은 상점들과 음식점 등이 있다. 특히 꽃 시장(마르셰 오 플뢰르, marche aux fleurs)이 명물이다. 18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전통 있는 니스 꽃 시장이다. 오래전, 높은 지대에서 꽃을 기르는 재배업자들은 매일 아침 꽃을 꺾어 이곳으로 내려왔다. 그 후에는 도매업자가 생겨 시민에게 꽃을 팔기 시작한 것이 꽃 시장의 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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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시장의 자기류

 니수아(Nicois, 니스 사람)들은 향긋한 꽃으로 아침을 연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6시면 열린다. 해마다 니스 축제 때에는 꽃의 전쟁(la bataille de fleurs)이라 불리는 꽃마차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가장 인기 있는 이벤트다. 이때 꽃마차 행렬과 관객이 서로에게 꽃을 던지며 주고받는 데 사용하는 꽃이 10만 송이에 달한다. 니스에 꽃 거래가 활발한 이유다. 그래도 여행객들의 관심은 꽃이나 물건보다는 먹거리다. 다양한 프랑스의 음식 재료가 판매되고 있다. 제철 버섯이나, 올리브 절임, 다양한 소시지는 물론이고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간식꺼리도 있다. 수제 과자, 튀김, 커다란 솥에 빈대떡처럼 생긴 팬 케이크 일종의 소카(socca)는 구워 내기 바쁘게 팔린다. 콩이 들어간 것 간 듯, 우리나라 녹두전 같은 느낌이다. 또 표고 버섯에 갖은 야채등을 넣어 구운 요리는 비싼 만큼 맛이 좋다. 가격 생각 안하고 두 개나 샀을 때, 여주인의 놀라는 표정을 보며 슬며시 미소 짓는다. 한국인도 이 정도는 사 먹을 수준이라는 무언의 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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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야 광장

 *샤또 언덕은 니스의 전망대

시장 골목을 빠져 나와 구시가지 꼭대기의 콜린성(La Colline du Chateau) 공원으로 오르는 입구를 찾는다. 야트막한 성 언덕에 이르면 영국인 산책로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선다. 평지에서의 일직선의 밋밋함은 부드럽게 휘어져 멋진 해안선을 보여준다. 종려나무가 쭉 이어진 해안 길과 푸른 지중해, 분홍색 기와 지붕의 가옥들, 가옥 위로 우뚝 튀어 나온 교회의 첨탑 등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지중해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코르타쥐르의 코발트의 바다 색깔에 감탄사를 발하지 않는 이 몇이나 되겠는가? 언덕에는 1829년에 조성한 공원이 남아 있다. 언덕을 에둘러 싸고 있는 성곽이 부서진 채로 남아 있다. 사보이 공국 때인 11세기에 건설해 18세기에 완공한 성곽이다. 크지 않은 공원이지만 그림, 길에 만들어진 타일 예술품, 폭포 등 볼거리가 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길거리 연주자 등도 보인다. 특히 자리를 옮겨가면서 발 아래 풍경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항구 쪽의 풍경은 새로운 도시를 보는 듯 경이롭다. 성 언덕을 내려와 다시 올드타운을 거쳐 광장으로 나오면 주세페 가리발디(Giuseppe Garibaldi, 1807~1882)의 동상을 만난다. 이탈리아 혁명 영웅이지만 그는 이곳에서 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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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와 항구

*샤갈과 마티스 등 예술가들이 사랑한 도시

특히 니스의 아름다움에 반한 예술가들이 많다. 샤갈, 마티스는 이곳에서 여생을 보냈고 피카소는 인근 안티베(Antibes)에 작업실을 만들었다. 이탈리아 태생의 모딜리아니(1884~1920)도 살아생전 가장 좋아하고 행복했던 곳이 니스였다. 모딜리아니는 잔느와 동거해 첫 딸을 낳은 곳(1917년)이다. 가난했지만 두 사람은 함께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잔느가 두 번째 아이를 임신해 배가 부르고 있었고 겨울이 되어도 난로를 피울 수 없자 친정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모딜리아니아는 그 이듬해 결국 죽고(1920년 35세) 잔느 또한 두 번째 아이와 함께 자살하고 만다. 

니스의 시미에(Cimiez) 지구에는 마르크 샤걀(Marc Chagall, 1887~1985)과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의 미술관이 있다. 러시아 출신의 샤갈은 첫 아내가 죽고 깊은 심연에 빠져 있다가 8년이 지난 60세에 두 번째 부인과 결혼 한 후에 프랑스로 망명한다. 그는 니스 인근의 생폴드방스(Saint paul de vence) 터전을 잡고 98세 죽을 때까지 살았다. 1973년, 화가의 86살 생일에 샤갈미술관을 개관했다. 그의 무덤은 생폴드방스의 유대인 묘지에 묻혔다. 샤갈 말고도 수 많은 예술가들이 생폴드방스로 몰려 들었다. 또 야수파(野獸派, Fauvism) 거장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의 미술관이 아레나(arenes) 근처에 있다. 1917년 파리를 떠나 니스에 정착해 30년 넘게 살았다. 마티스는 샤갈보다 귀에 익은 이름이 아니지만 마니아 층이 두텁다. 

*Travel Data

항공편:우리나라에서 니스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파리에서 저가항공이나 에어프랑스 등을 이용하면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모든 항공기는 코트다쥐르 공항으로 입국한다.

현지 교통:시내는 대중교통을 따로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생폴드방스나 앙티베 쪽은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교통 패스:니스의 버스와 트램을 이용할 수 있는 니스 투어리스트 패스가 있다.

식당정보:저렴한 식당은 구시가지에 몰려 있고, 해변에는 고급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다.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중식당을 이용하면 된다.

숙박 정보:바닷가 쪽에는 고급 호텔 등이 들어서 있지만 기차역 주변에 저렴한 숙소가 밀집되어 있다. 저렴해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친절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니 감안해서 잘 골라야 한다. 숙소 때문에 여행 기분을 망칠 수 있다.

치안 상태:요새 들어 사고 사건이 많은 곳으로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 장기로 머무는 것은 좋지 않다.

축제정보:니스 카니발이 대표적 축제이다. 매년 2월경 약 2주 동안 진행되는 축제에는 전세계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으므로 숙소를 사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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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4, 2020 at 1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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