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니에요. 전 절대로 가난하지 않아요. 저는 위대한 예술가라니까요. 위대한 예술가는 결코 가난하지 않아요. 마님, 예술가들에겐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것이 있어요.
- 이자크 디네센,『바베트의 만찬』에서
부유층 집에 상담을 다녀온 한 심리 상담사가 씁쓸하게 말한다. “집안에 있는 명품들을 보니까 제 가치관이 한순간에 무너졌어요. 저는 제가 삶을 주체적으로 산다고 생각했는데요. 저는 며칠 뒤 명품 짝퉁을 샀어요.”
자본주의 세상에 사는 우리가 부자를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데 부자들을 부러워하다보면 내 삶을 살지 못한다. 그들을 시기 질투하다 인생이 끝난다.
해결책은 확고한 자신의 세계를 갖는 것이다. 동물은 종(種)이 하나의 세계다. 모든 개 눈에는 세상이 똑같이 보이고, 모든 개미 눈에도 세상이 똑같이 보인다. 하지만 인간은 각자 하나의 세계다. 인간마다 세상이 다 다르게 보인다.
개미는 재빠르게 뛰어가는 다른 세계에 사는 개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세계 속에서 부족함이 없이 산다. 마찬가지로 개도 하늘을 나는 새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충만하다.
자신의 세계가 없이 남이 정한 세계 속에 사는 인간은 남을 부러워한다. 남이 정한 질서가 곧 자신의 질서가 되니까. 자기 자리의 위는 항상 부럽다.
예술가는 남이 정한 세계 속에 살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예술가 바베트는 말한다. “전 절대로 가난하지 않아요. 저는 위대한 예술가라니까요.〔......〕예술가들에겐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것이 있어요.”
자본주의에서는 모든 것을 소유로 본다. 구두를 보면 발에 신는 도구로 보인다. 하지만 예술가 고흐의 눈에는 구두가 구두 그 자체로 보인다.
고흐가 그린 ‘구두’라는 작품을 보면 구두는 그 자체로 은은히 빛난다. 그것은 어느 누구의 도구가 아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다.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보통 사람들은 에리히 프롬이 말한 ‘소유 양식’으로 살고 예술가들은 ‘존재 양식’으로 산다.
‘소유 양식’으로 사는 사람들은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세계에 산다. 그 안에서 서로 아웅다웅하며 산다. ‘존재 양식’으로 사는 사람들은 각자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산다. 각자 자기 세계의 왕이다.
그래서 소유에 길들여진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그들은 하나의 질서 체계를 갖고 살기에)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기괴하게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가슴에도 불꽃이 얼마간은 남아 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보면 현대의 불가사의 했던 예술 작품들이 어느 순간 환하게 다가온다.
바베트는 복권이 당첨되자 당첨금 전부를 마을 주민들을 위한 저녁 만찬으로 쓴다. 일류 요리사 바베트에 의해 저녁 식사가 마법을 일으킨다. 무겁게 짓눌러 있던 만찬 분위기가 한 순간에 쾌활하게 바뀐다. 마을 노인들이 어린 아이들처럼 춤을 추며 즐거워한다. 서로의 마음이 하나가 된다.
자기 세계를 갖지 못한 대다수 현대인들은 삶이 심드렁해진다. 깊은 공허감에 젖어든다. 권태와 우울감에 몸부림친다.
커다란 세계의 왕인 김종삼 시인은 용돈이 생기자 아이마냥 즐거워한다. 낡은 신발을 닦아 신고 헌옷을 다려 입고 털어 입고 집을 나선다.
산책을 하자
북한산성행 버스를 타보자
안양행도 타보자
나는 행복해도
혼자가 더 행복하다
이 세상이 고맙다 예쁘다
긴 능선 너머
중첩된 저 산더미 산더미 너머
끝없이 펼쳐지는
멘델스존의 로렐라이 아베마리아의
아름다운 선율처럼.
- 김종삼,《행복》부분
그는 걸어가며 버스를 타고 가며 산길을 오르며 ‘멘델스존의 로렐라이 아베마리아의 아름다운 선율’이 된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 철도고등학교 운전과를 졸업한 후 기관조사로 근무하다 충북대학교 사회교육과에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 중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동안 잠시 전교조 활동을 했습니다. 교직을 떠난 후 빈민단체(주거연합)에서 활동하다 한길문학예술연구원에서 시 창작을 공부했습니다. ‘리얼리스트 100’에서 주는 제6회 민들레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부천에서 살며 글을 쓰고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나무’ 산문집 ‘명시 인문학’ 에세이집 ‘숲’이 있습니다.
November 11, 2020 at 07:42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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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 <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 통일문화 < 기사본문 -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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