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은 태양계에서 지구 다음으로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손꼽히지만 실제 환경은 혹독하다. 평균 기온은 영하 63도에 불과하고 대기의 96%를 이산화탄소가 차지한다. 대기압은 지구의 1%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 춥고 해로운 가스로 가득 차 있어 숨쉬기조차 어려운 생활 환경이란 뜻이다. 매일 먼 우주에서 지구의 자연 상태에서 맞는 방사선량의 4배에 이르는 방사선이 쏟아진다. 화성 중력은 지구의 38% 수준으로 이곳에서 오래 머물다가는 골밀도 감소와 근육 손실은 예견된 결말이다. 이 모든 악조건을 갖춘 화성을 인간이 살 수 있도록 지구의 환경과 비슷한 행성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화성을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는 ‘테라포밍(Terraforming·지구화)’ 기술을 연구해왔다. 가령 극한의 추위는 대형 반사경을 설치해 해결할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팀은 화성 궤도에 너비 150m의 반사경 300개를 이어 붙여 띄운 뒤 화성 표면으로 태양광을 반사하면 1km에 이르는 지역에 햇빛을 집중적으로 쪼일 수 있고, 이를 통해 표면 온도를 20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에는 지름 250km, 무게 20만t(톤)의 초대형 궤도 반사경을 설치해 대기 온도를 높이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얇은 대기층은 ‘온실가스 공장’을 지어 해결할 수도 있다. 염화불화탄소(CFC), 메테인(CH₄),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생산하면 화성의 대기층이 두꺼워지고, 우주 방사선을 차단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재료는 화성 표면의 레골리스를 이용하거나 지구에서 운반할 수 있다.
암모니아와 물이 풍부한 소행성에 열핵추진로켓(NTR)을 달고 로켓을 조종해 소행성을 화성에 충돌시키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소행성의 충돌 여파로 암모니아와 물이 분출하면 화성 대기에는 온실가스가 풍부해질 수 있다. NTR이 소행성을 초속 5km로 움직이면 10년 안에 가능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산까지 제시됏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만년설로 뒤덮인 화성의 극지방에 핵미사일을 1만 개 이상 터뜨리면 얼음이 녹으면서 땅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돼 화성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핵무기 폐기를 촉구하는 민간 안보 연구기관인 미국 플라우셰어스 펀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핵무기 보유량은 1만3125기다. 이 중 미국이 5550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머스크의 주장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2050년 100만 명 이상을 화성에 이주시킨다는 그의 포부는 하나씩 진행 중이다. 스페이스X는 2026년 유인 화성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아랍에미리트(UAE)도 2017년 국가 100년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2117년 화성에 인간의 정착촌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중력만큼은 현재 기술로 해결이 안 된다. 지구보다 중력이 작아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문제는 의학적인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화성에서 인간의 거주지를 일정 속도로 회전하게 만들어 지구의 중력가속도(1g)를 느끼게 하는 방법은 있다.
화성은 현재 발사 기술로 6~8개월이면 도착할 수 있다. 거리로만 따지면 달이 훨씬 가깝지만, 테라포밍 후보로는 화성이 0순위로 꼽힌다. 신휴성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미래융합연구본부장은 “달은 해가 없으면 기온이 영하 190도까지 떨어지고, 대기가 거의 없는 진공 상태이며, 운석 충돌의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어 인간이 거주하기에는 화성보다 혹독한 환경”이라며 “달이 화성보다 테라포밍 관점에서는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금성도 한때 테라포밍 후보로 거론됐지만, 464도에 이르는 극심한 열기와 지구 대기압의 90배가 넘는 엄청난 압력, 수시로 내리는 황산비까지 더해져 ‘지옥의 행성’으로 여겨지면서 후보에서 제외됐다.
테라포밍이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극지방의 이산화탄소 얼음층을 녹여 화성의 온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에 대해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연구진은 화성의 이산화탄소 양을 계산한 결과 테라포밍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연구를 2018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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