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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컬쳐 포커스 - 약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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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의 경제학, 예술가에게 자본이란 무엇인가.”

[클래시그널] 왜 예술가는 언제나 가난해야 ‘예술적’이라고 인식될까. 예술가의 가난은 왠지 일반인들에게 신선하고 흥미로운 요소로까지 다가온다, 유명 예술가들의 아픈 삶을 예술로 극복했다는 이야기를 낭만주의(Romanticism)라는 폭력으로 색칠해온 시각은 예술계의 구조적 폐해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예술의 어떤 부분이 사람들을 매혹시키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왠지 예술가가 자본을 많이 가졌다고 하면 매혹이 반감되는 느낌을 갖는다. 

이른바 예술효과의 특수성(The specificity of art effect), 이는 예술의 신성화가 경제논리를 은폐한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폭력적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예술의 가치영역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오늘날, 가뜩이나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예술가들에게 ‘유튜브 경제학’은 이제 생존의 이름으로 다가온다. 바야흐로 예술경제의 패러독스(paradox, 逆說)를 바로 잡을 때가 온 것이다. 

자본효과, 가난한 예술가와 부유한 예술가 

예술계(Art world)는 경제적 공정성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이상한 세계다. 가난한 미술가들로 치부되던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인 고갱·고흐·세잔의 작품들은 세계 최고가인 1000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아이러니를 낳았고, 오로지 1등만이 주목받는 공연예술의 장(場)은 무한경쟁을 부추긴다. 이러한 승자독식 구조 때문에, 부유한 소수의 예술가와 찢어지게 가난한 다수의 예술가들이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의 구조 속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 불공정한 구조를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방탄소년단의 폭발적 인기차트와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에 열광하면서도, 예술이 경쟁구도에 의한 자본효과 속에서 서열화 되면 안 된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네덜란드 출신의 경제학자이자 화가인 한스 애빙(Hans Abbing)은 저서 『Why Are Artists Poor?: The Exceptional Economy of the Arts The Exceptional Economy of the Arts』에서 “예술세계가 복권과 같다”고 말한다.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엄청난 보상이 따르는 예술계로 투신하는 수많은 예술가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모던아트의 정착이후 다양한 선진국들이 가난한 예술가를 후원하기 위해 엄청난 기금을 쏟아 넣었지만 다수의 예술가들은 여전히 빈곤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고갱의 <언제 결혼하니>는 미술품 최고가 3억달러 이상으로 거래된 바 있다. (출처: 바젤 미술관)
                   한스 애빙의 저서는 예술가들이 왜 가난해야 하는가를 반문한다. (출처 : 암스테르담 대학출판사)

가난한 예술가들이 전하는 빛과 희망을 그린 뮤지컬 ‘렌트(Rent)’는 "이 안은 엄청 추워요. 그래도 스마일, 우리에겐 이 순간일 뿐"을 말한다. 철재 구조물 뒤 단촐한 무대 위로 낙서가 가득하고 라이브 밴드의 공연은 어딘지 스산하다. 뉴욕 이스트빌리지 재개발 지역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은 사랑과 열정 그리고 성공에 대한 희망을 품고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에이즈에 감염된 마약중독자, 다큐영화감독, 무정부주의자, 동성애자 등이 경계 없이 등장하는 이곳에서 작품은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상황을 ’낭만주의‘에 빗대 표현한다. 

집세를 낼 수 없을 정도의 가난함, 불법적으로 끌어온 전기와 끊어진지 오래된 난방에도 젊다는 희망은 예술의 한줄기 빛이다. 무대에 오르는 젊은이들의 희망은 예술의 자본효과 속에서 오늘도 유린당한다. 어두운 시절을 노래한 <렌트>는 희망을 노래하지만, 과연 우리의 현실도 그러할까. 

표준계약서는 대형기획사 앞에서 유명무실하고, 예술계의 청년예술가를 향한 ‘열정페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대작사건 속에서 ‘노예계약’이 폭로되고, 공연예술 기획사들은 아직도 사각 지대에 놓여있다. 젊은 성악가들은 돈을 내고 오페라 무대에 서고, 작품전시를 위해 미술가들은 자식 같은 작품을 부당하게 뺐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술인들의 평균연봉이 1500만원에 불과한 시대, 아르바이트하지 않으면 예술 활동이 불가능한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 코로나 팬데믹은 예술가들에게 매서운 겨울을 미리 경험하게 했는지 모른다. 


                브로드웨이의 장기 인기공연 렌트 (https://ift.tt/2TIAlxX)

예술자본의 민주화, 유튜브라는 문화자본에 접근하라! 

20세기 문화자본의 패러독스는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독식현상에 있었다. 취향이 한번 만들어지면, 계속해서 지원과 자본을 독식하는 편중 현상이 예술창작에 만연했던 것이다. 예술이 시장경제의 논리와 맞아떨어지려면 바로 이러한 그들만의 리그로부터 해방돼야 한다. 물론 전문적인 영역에서의 순수예술은 분명 지속돼야 하지만, 소수의 법칙이 아닌 다수가 살아남기 위한 예술경제학이 뉴노멀 시대엔 반드시 요구된다. 바로 유튜브와 크라우드 펀딩(Crowed Funding) 같은 새로운 해법을 통해서다. 

대중문화의 상업성에 대한 비판은 이제 공공방송이 아닌 개인방송의 경쟁 속에서 어느 정도 갈무리 되었다. 순수하다고 평가받는 예술도 상업논리와 질적인 문제가 완전히 공개되었을 때, 새로운 변화(혹은 전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열리지 않던 예술자본의 진입장벽은 어느새 낮아졌고, 독식과는 별개로 새로운 자본시장은 스타트업을 준비 중이다. 더 나아가 어느 출신인가 어디서 상을 받았는가라는 아카데믹한 층차는 대중의 기호 속에서 점차 사그러들고 있다. 

예술자본의 민주화가 이루어지는 미래는 수평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이 가진 장점을 부각시키는 시대일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공유와 초국가적 상호교류를 만드는 유튜브 시스템은 시장자본주의를 낙관적인 관점으로 변화시켰다. 그 안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을 통해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획기적인 방식을 제안한다. 킥스타터·와디즈·위제너레이션·텀블벅·오퍼튠 등은 새로운 플랫폼 속에서 문화예술 방면의 투자와 후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개인의 선택이 공공의 취향으로 발전되는 SNS 공간에서의 동질감은 자본과 결합한 새로운 예술시장의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1인 출판사, 웹툰, 가상전시, 음악앨범 등에서 높은 성공확률을 보이지만, 그럼에도 성공·실패 사례 등은 꼼꼼히 체크해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요청되는 것은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컨텐츠를 유튜브 시스템을 통해 공개하는 것이다. 이미 국악계는 이러한 쇄신의 방향을 일찌감치 내다봤다.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혹은 국립극장의 <2020 여우락 페스티벌> 등은 퓨전국악인의 무대를 국립극장 유튜브 및 네이버TV에 소개함으로써 안팎으로 인지도 높은 예술컨텐츠로 자리 잡았다. 

물론 전문적인 영역에서의 순수공연과 전시는 더욱 예술성에 몰입해야겠지만, 대중문화의 확장을 야기한 4차혁명의 시대 속에서 새로운 시스템에의 도전에 두 손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가난한 예술가’가 성공하던 시대는 지났다. 예술가의 삶이 풍요로울 때 대중들의 공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예술계의 자본효과는 시스템에 접근하는 시대적 변화에 의해 달려져야 하고 바로 잡혀야 한다. 

                           클라우드 펀딩의 바람을 일으키는 텀블벅 (출처: https://ift.tt/2wjf8Nd)

   대중음악의 새로운 소리꾼, 이날치밴드는 퓨전국악을 통한 새로운 문화컨텐츠를 창출한다. 

                              (출처 : KBS 골든케이팝 유튜브)  


<필자소개> 

안현정씨는 예술철학전공 철학박사출신의 문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관, 유중재단 이사,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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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30, 2020 at 08:4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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