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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의 기적' 행복한 마침표…제2의 인생무대도 농구코트죠 - 한겨레

[‘찐’한 인터뷰] 삼성생명 WKBL 챔프 이끈 김보미
팀에 15년 만의 우승컵 안긴 뒤
간만에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7월 WKBL 경기운영부장으로 복귀
지도자 공부에 도움될것 같아 맡아

죽기살기 4차전 연장 끝난 뒤
힘들고 짜증이 나서 울어
5차전엔 끝이라 생각하니 웃음
더 잘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행복

여자프로농구 챔프결정전에서 팀의 우승을 이끈 삼성생명 김보미가 23일 경기 용인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죽기살기로” 4차전을 뛰었다. 연장이 끝난 뒤에는 “힘들고 짜증이 나서” 울었다. ‘5차전 어떻게 뛰지’라는 걱정도 들었다. 경기 뒤 숙소에 누워 생각했다. ‘역스윕 당한다 해도 누가 우리를 욕할까. 챔프전 자체도 기적이잖아. 지금까지 재밌게 경기도 했고…’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아, 내일이 내 인생의 마지막 경기구나.’ 김보미(36·삼성생명 블루밍스)는 그때 다짐했다. ‘나 때문에, 내가 안 뛴 한 발 때문에 팀이 지게는 하지 말자.’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5차전이 제일 덜 힘들었던” 그는 웃으면서 경기를 뛰었다. “후련하게, 후회 없게 뛰고자” 했다. 체력적으로 힘이 들기는 했던 터. 경기 전에는 ‘이제 40분 남았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하프 타임 때는 ‘이제 진짜 20분이야’라며 집중했다. 그리고, 마지막 4쿼터를 남기고 거친 숨을 토해내며 그는 다시금 이를 악물었다. ‘보미야, 이제 10분 남았어. 더 이상 뛸 수 있는 시간도 없어.’ 경기 때마다 지치고 힘들어서 울었던 그였지만 정작 5차전이 끝난 뒤에는 울지 않았다. 동료들과 우승컵을 품에 안고 그저 마음껏 웃었다. 데뷔 3번째 우승이었지만 경기당 30분 이상 뛰면서 주전으로 활약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첫 우승 때는 “벤치에서 물 나르고 공 나르고 수건 흔들던” 신인이었고 두 번째 우승 때는 식스맨 신분이었다. 이번 시즌에는 “정규리그 승률이 5할 밑(14승16패·승률 0.467)이었던 4위 팀이라 챔프전 우승은 생각지도 못했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에 끝까지 코트 위에 남아있는 팀의 주전이었다. 포스트시즌(8경기) 평균 득점 11.6점, 리바운드 4.6개, 도움주기 1.6개의 활약. “박수 받을 때 떠날 수 있어서” 김보미는 더 행복하다고 했다. 소속팀에 15년 만의 우승을 안겨 더 뿌듯하다. 시즌 내내 그를 괴롭혔던 것은 그 자신이었다. “운동이 싫었기” 때문이다.” “정말 죽고 싶을 만큼” 하기 싫었다. 김보미는 “경기 뛰는 것은 너무 좋았다. 하지만 경기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한데 비시즌 훈련이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선수를 뛰면서 받은 수술만 4차례. 몸도, 마음도 이미 지쳐 있었다. ‘포기하면 편한데…왜 굳이 내가 이 악물고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때 그를 붙잡아준 이는 김익겸 체력코치였다. 김 코치는 김보미에게 “선수로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게 중요하다”며 계속 김보미를 설득했다. 어느 순간 김보미도 깨달았다.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은퇴하면 다시는 못 올 시간”이라는 것을. 케이비(KB) 스타즈와 전쟁과도 같던 챔프전을 마친 뒤 김보미는 쓰러졌다. 5분 거리 집에도 못 갈 만큼 녹초가 된 상태로 숙소에서 1주일 가까이 보냈다. 몸 곳곳이 안 아픈 곳이 없다.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김보미는 “아파서 잠을 못 잔 적은 다반사다. 챔프전 5경기를 연속으로 뛴 것은 처음이라 몸은 힘들었는데 정신적으로는 덜 힘들었다. 마지막에는 정신력을 집중하니까 몸이 덜 힘든 것도 같았다”고 했다.
여자프로농구 챔프결정전에서 팀의 우승을 이끈 삼성생명 김보미가 23일 경기 용인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1살부터 시작한 농구는 그의 인생 전부였다. “농구를 하면서 너무 힘든데도 농구공을 들고 있으면 웃고 있는 나를 봤다. 신나서 열심히 하는데도 실력은 늘지 않아서 더 힘들고…부족한 내 모습 보면서 많이 속상하기도 했다. 그래도 너무 기쁘고 즐겁고…농구에 희로애락이 다 녹아 있었는데 이제 진짜 끝났다.” 코트의 땀도 다 마른 지금, 김보미는 광주 고향 집으로 간만에 내려가서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미국에서 현지 농구를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코로나19로 힘들어져 아쉽기는 하다. 그는 울산에서 남편 배경한 울산 무룡고 농구 코치와 함께 지내면서 잠시 숨을 고르고 7월에 농구 코트로 돌아온다. ‘농구 선수 김보미’가 아닌 ‘한국여자프로농구(WKBL) 경기운영부장 김보미’ 신분이다. 2021~2022시즌부터 경기 운영 및 심판부 실무를 챙기게 된다. 김보미는 “구단과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다. 행정가보다는 지도자 생각이 있었는데 경기운영부장은 6개 구단의 모든 경기를 다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도자 공부도 될 수 있을 것 같아 많이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맡게 됐다”고 밝혔다. 2005년 데뷔 이후 몸담았던 팀만 5개 구단. 4차례 수술이 말해주듯 그에게 농구는 “절실함 그 자체”였다. “더 잘하고 싶었고, 더 잘할 수 있다고 믿고 싶었던 마음이 간절한, 혹은 절실한” 그런 농구였다. “비록 농구를 더 잘하고 싶은 꿈은 못 이뤘지만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는 김보미. 제2의 인생에서 농구는 또 어떤 의미로 그에게 다가올까. 용인/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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