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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구멍 S존, 심판도 할 말 있다[SS 포커스] - 스포츠서울

[포토] 삼진 황재균 \'스트라이크 아닌거 같은데\'
KT 황재균이 1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 3회초 무사2루 삼진아웃을 당한 후 판정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매년 반복되는 문제다. 바뀌어야 한다는 의식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방법론은 입장차가 있다. 생사여탈권이 걸린 문제라 민감한 이슈다. KBO리그 스트라이크존 얘기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허운 심판위원장은 “인사고과에 반영되고 이에 따라 실제 강등이 올해 처음 이뤄지다보니 심판들이 더 위축된 것도 있다. 투구 추적시스템(PTS)으로 볼판정 정확성을 판단하는데다 일관성 여부가 고과에 25%나 반영되기 때문에 심판들도 말못할 고충이 많다”고 말했다. 상하좌우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애매한 공은 외면해버리는 게 정확성 향상에는 도움이 된다. 어쨌든 PTS상에는 경계선에 있는 공이니 일관성만 있다면 볼 판정하는 게 낫다. 보더라인에 걸치는 공에 손을 들면, 반 개, 한 개 빠지는 공까지 잡아주게 된다. PTS상 스트라이크존 바깥이라 엄밀히 말하면 오심이 된다. 심판 스스로 스트라이크존을 ‘대패질’하듯 깎아버리는 이유다.

[포토] 김재호 \'이게 스트라이크라고요\'
두산 김재호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7회말 무사1,2루 스트라이크 판정에 놀라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KBO 류대환 사무총장은 “지난해 시즌 초반과 올해 PTS상 분포된 스트라이크 비율을 비교해보면 대체로 비슷하다. 수치 상으로는 크게 좁아졌다고 주장하기 어렵다. 고과 문제도 있겠지만, 감각 문제도 있다고 본다. 시즌을 치를수록 점차 개선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투수들의 제구 난조, 잦은 야수 실책 등은 논외로 두기로 한다. 명백한 스트라이크를 볼로 판정하거나, 어이없는 공에 스트라이크 콜을 외치는 빈도만 놓고보면 지난해와 별차이 없다는 게 KBO 사무국의 분석이다. 류 총장은 “심판들도 전지훈련에서 스트라이크존 감각을 키우는 훈련을 하는데, 올해는 국내 캠프 여파로 이 훈련이 적었다”고 귀띔했다. 존에 대한 감을 잡지 못한채 개막한데다 심판 강등제 실현으로 더 위축됐다고 보는 것이다.
[포토] 송우현 \'스트라이크 아닌거 같은데\'
키움 송우현이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SSG전 5회말 삼진아웃을 당한 후 판정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내밀한 얘기까지는 KBO의 심판 고과 시스템이라 생략한다. 심판 입장에서는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에 의존해 수치화하는 게 마뜩찮을 수 있다. 이 비중이 전체의 25%에 이르면, 누구라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명백한 스트라이크를 볼로 판정하는 것보다 어이없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보는 게 고과 산출에 더 치명적이다. 비슷하면 볼 판정을 하고, 일관성 있게 볼이라고 외치는 쪽이 고과점수에는 더 높게 표시된다.

KBO 정금조 사무1차장은 “필요한 경우 심판 판정도 모니터링을 한다. PTS 수치와 별개로 영상을 직접 확인하면서 규칙을 제대로 적용했는지 등을 살핀다. PTS로 판정 정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때문에 심판이 위축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신있게 판정을 하면, 비록 고과산정 과정에 마이너스 점수를 받더라도 다른 항목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 차장 역시 “KBO리그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이 터무니없이 좁거나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포토] SSG 추신수, 삼진...이라니?
SSG 랜더스의 추신수가 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롯데와의 경기에서 3-2로 앞선 8회 타석을 맞아 주심의 삼진 판정에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있다. (스포츠서울 DB)
KBO사무국은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관한 고과를 사람이 판단하는 게 과연 합리적인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 판정은 야구규칙을 정확히 판단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고, 이 가운데 스트라이크존은 눈으로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어 기계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볼 판정 일관성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다른 항목은 심판위원장과 각 팀장, 경기운영위원 등이 평가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심판부는 보다 객관성을 담보하려는 사무국의 의도에는 동의하지만 기계로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기계는 평균 90점이면 일률적으로 잘 한 것으로 평가하지만 97점을 받아도 결정적인 순간 판정 하나가 승부에 영향을 주는 게 야구이기도 하다. 때문에 양쪽의 주장이 다 일리는 있다.
[포토]SSG 김원형 감독, 또 보크라구요?
SSG 김원형 감독(왼쪽 셋째)이 2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리그 SSG와 KT의 경기 7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선발투수 박종훈에 대해 경기 두 번째 보크를 선언한 심판진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문제는 경기력 향상을 위한 고민은 누가 하느냐다. 늘어나는 경기 시간에 볼넷 증가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를 온전히 투수들의 제구 부족으로 몰아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올해는 도쿄 올림픽도 있다. 올림픽 등 국제대회는 아마추어 심판들이 주심으로 들어온다. 스트라이크존이 KBO리그와 비교하면 태평양처럼 넓다. 좁은 존에 적응을 한 KBO리그 타자들은 공 한 두개 높은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면 스스로 설정한 히팅 존이 붕괴된다. 자신의 존이 붕괴되면 선구안이 무너진다. 국제대회가 있을 때에는 존을 의도적으로 넓혀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 돼 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다. 다람쥐 챗바퀴 돌듯 하는데, 속시원한 해답은 없다. KBO 류 총장은 “심판위원장과 꾸준히 대화를 하면서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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